맥에서 엔비디아 그래픽 카드를 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포기했던 분들 많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2026년 4월 1일, 만우절 날 뜬금없이 이 판도가 바뀌었습니다. RTX 4090을 eGPU로 맥에 물려서 AI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 직접 성공했고, 그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험난했습니다. 뭐가 되고 뭐가 안 되는지, 솔직하게 정리해 봤습니다.

eGPU란 무엇이고, 왜 맥에서는 막혔나
eGPU(External GPU)란 데스크톱용 그래픽 카드를 메인보드 슬롯에 직접 꽂는 대신, 썬더볼트나 OCuLink 같은 고속 케이블로 노트북이나 미니 PC에 연결해 GPU 연산을 외부에서 처리하게 해주는 장치입니다. 쉽게 말해 그래픽 카드를 외장 하드처럼 따로 들고 다니는 방식이라고 보면 됩니다.
PCI 슬롯에 직결하는 데스크톱 방식보다 대역폭 손실이 있어서 대중적이진 않지만, 평소엔 가벼운 노트북으로 다니다가 고사양 작업이 필요할 때만 꽂아 쓰는 용도로 여전히 수요가 있습니다. 제 경우가 딱 그런 케이스였고요.
그런데 맥에서는 이게 거의 10년 동안 막혀 있었습니다. 2008년 엔비디아 GPU가 탑재된 맥북 프로에서 대규모 결함 사태가 터지면서 애플과 엔비디아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고, 특허 분쟁까지 겹치면서 애플은 2016년부터 맥에서 엔비디아를 완전히 빼버렸습니다. 2018년에는 macOS에서 엔비디아 드라이버 서명 자체를 거부하며 소프트웨어 차원까지 문이 닫혔습니다.
AMD 카드는 인텔 맥 시절엔 공식 지원됐지만, 2020년 애플 실리콘 M1으로 전환하면서 외장 GPU 지원 자체가 통째로 사라졌습니다. M1부터는 eGPU라는 개념 자체가 맥OS에서 지워진 셈이었죠. 제가 M1 맥을 쓰면서도 eGPU 연결을 포기했던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타이니GPU 드라이버, 애플이 승인한 이유가 뭔가
2026년 4월 1일, 진짜 만우절 날 뜬금없이 소식 하나가 터졌습니다. 애플이 엔비디아용 eGPU 드라이버를 공식 승인했다는 겁니다. 8년 만의 일이었는데, 더 황당한 건 이게 엔비디아가 요청한 것도 아니고 엔비디아가 만든 드라이버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드라이버를 만든 건 유명 해커 geohot(지오하츠)가 이끄는 tinygrad(타이니그라드) 팀입니다. 여기서 타이니GPU란 이 팀이 개발한 macOS용 엔비디아 GPU 드라이버로, 엔비디아가 공개한 오픈소스 GPU 코드를 기반으로 macOS가 GPU를 직접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한 서드파티 드라이버입니다. 애플의 정식 심사를 통과해 승인까지 받았으니 공식적인 지위를 갖긴 합니다.
다만 이 드라이버는 처음부터 게임이나 그래픽 출력이 아닌 AI 연산 전용으로 설계됐습니다. HDMI를 꽂아도 모니터 출력이 안 되고, macOS는 이 GPU를 순수한 AI 연산 장치로만 인식합니다. 현재 AI 모델 대부분이 엔비디아의 CUDA 아키텍처에 최적화돼 있다는 현실을 파고든 접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CUDA란 엔비디아가 개발한 GPU 병렬 연산 플랫폼으로, AI 학습과 추론 작업에서 사실상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은 기술입니다(출처: NVIDIA Developer).
게임이 되냐는 질문은 저도 당연히 해봤습니다. 붉은 사막을 실행해봤는데 당연히 안 됩니다. 이건 처음부터 게임용으로 만든 드라이버가 아닙니다.
AI 이미지 생성 성능, 실제로 써보니 이랬습니다
설치 자체는 터미널에서 명령어 몇 줄이면 끝납니다. 오류가 나면 메시지를 복사해서 Gemini에게 물어보면 친절하게 해결해줍니다.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처음에는 GPU를 아예 인식조차 못 했고, 펌웨어가 꼬여서 이미지를 조금만 생성해도 시스템이 뻗어버렸습니다. 전원을 물리적으로 뽑고 30초 기다렸다가 다시 꽂는 과정을 수도 없이 반복했습니다. 결국 해외 개발자에게 직접 DM을 보내서 패치 코드를 받고 소스 코드를 수정한 뒤에야 안정적으로 돌아가게 됐는데, 이 과정에만 거의 일주일이 걸렸습니다.
겨우 안정화에 성공하고 Stable Diffusion XL 모델로 1024×1024 이미지를 생성하는 벤치마크를 돌렸습니다. 여기서 스텝(Step)이란 AI가 노이즈 가득한 초기 이미지에서 출발해 한 단계씩 그림을 완성해가는 반복 단위를 말합니다. 5스텝은 뭉개진 형태, 20스텝은 쓸 만한 품질, 40스텝 이상이면 디테일이 확실히 살아납니다.
스텝당 속도를 측정해보면 M4 Pro는 약 2.2초, RTX 4090 eGPU는 약 0.69초로 약 3배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20스텝 기준 실제 생성 시간은 M4 Pro가 43초, RTX 4090이 56초로 오히려 맥이 더 빠른 역설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유는 컴파일 오버헤드 때문입니다. 컴파일이란 macOS의 명령을 GPU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는 사전 준비 과정인데, 현재 타이니GPU는 이 과정에 매번 42초가 고정으로 소요됩니다. M4 Pro에서 쓰는 Drawthings 앱은 이미 컴파일 결과를 캐시해두기 때문에 이 비용이 없습니다.
하지만 스텝을 올리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컴파일 42초는 고정 비용이고 그 이후는 순수 GPU 연산이 되니까요.
- 20스텝: RTX 4090 56초 vs M4 Pro 43초 → M4 Pro 우세
- 25스텝: 거의 동률
- 40스텝 이상: RTX 4090이 역전 시작
- 100스텝: RTX 4090이 약 2배 빠름
고품질 이미지를 위해 스텝을 많이 밟아야 하는 작업이라면 RTX 4090의 연산력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M4 Pro 이하 사양을 쓰는 분들께는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수치입니다.
지금 당장 쓸 만한가, 한계와 가능성 둘 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스텝당 0.69초도 RTX 4090의 진짜 실력이 아닙니다. 윈도우 데스크톱에서 PCIe 슬롯에 직결했을 때는 같은 모델 기준 스텝당 0.5초, 20스텝 기준 10초 안에 끝납니다. eGPU 방식은 썬더볼트 5를 통해 연결되는데, 썬더볼트 5의 최대 대역폭은 초당 64GB로 PCIe 직결(초당 128GB)의 절반 수준입니다. 게다가 eGPU 케이스 내부의 썬더볼트 컨트롤러를 한 번 더 거치기 때문에 실제 전송 효율은 더 낮아집니다(출처: Intel Thunderbolt).
소프트웨어 측면의 한계도 있습니다. 현재 타이니GPU는 터미널 명령으로만 작동하고, Drawthings 같은 편의성 높은 맥 전용 앱은 지원되지 않습니다. 지원 AI 모델도 이미지 생성과 LLM 정도에 그치며 영상 생성 AI는 아직 돌아가지 않습니다.
LLM과 이미지 생성의 역할 분담 구조는 현실적인 해법입니다. LLM(대규모 언어 모델)이란 텍스트 생성에 특화된 AI 모델로 대용량 메모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통합 메모리를 넉넉하게 쓸 수 있는 맥이 유리합니다. 반면 이미지 생성은 메모리 용량보다 GPU의 순수 연산 속도가 관건이어서 4090의 연산력이 빛나는 영역입니다. 맥 메모리에서 LLM을, eGPU에서 이미지 생성을 동시에 돌리는 병렬 AI 작업이 실제로 가능하고, 각 작업이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는 점은 제가 직접 써보고 꽤 인상 깊었던 부분입니다.
단, M5 맥스에서는 스텝당 0.43초가 나와서 RTX 4090 eGPU의 0.69초보다 빠릅니다. 애플이 M5 칩부터 GPU 코어마다 뉴럴 액셀러레이터를 탑재하면서 AI 이미지 생성 속도가 M4 대비 3.7배 빨라졌기 때문입니다. 최신 맥을 쓰는 분들에게는 현시점에서 이 구성의 메리트가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타이니GPU는 출시된 지 10일밖에 안 된 초기 소프트웨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최적화가 진행되고 지원 모델이 늘어나면 지금과는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맥에 RTX 4090 eGPU 연결하면 게임도 되나요?
A. 현재는 안 됩니다. 타이니GPU 드라이버는 AI 연산 전용으로 설계돼 있어서 게임 가속이나 모니터 출력은 지원되지 않습니다. macOS는 이 GPU를 순수한 연산 장치로만 인식하기 때문에 HDMI를 꽂아도 화면이 나오지 않습니다.
Q. M1 맥에서도 타이니GPU가 동작하나요?
A. 네, 제가 직접 M1 맥 프로에서 테스트했습니다. 썬더볼트 케이블로 eGPU를 연결한 뒤 타이니GPU 드라이버를 설치하면 시스템 설정에서 GPU가 인식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초기 단계라 안정성 이슈가 있어서 설치 중 오류가 발생하면 AI 도움을 받아가며 진행하는 걸 권장합니다.
Q. 맥에서 RTX 4090으로 Stable Diffusion 돌리면 M4 Pro보다 빠른가요?
A. 스텝 수에 따라 다릅니다. 20스텝 이하 저품질 생성에서는 컴파일 오버헤드 42초 때문에 M4 Pro가 더 빠릅니다. 25스텝 전후부터 동률이 되고, 40스텝 이상 고품질 작업에서는 RTX 4090이 확실히 앞섭니다. 100스텝 기준으로는 약 2배 빠릅니다.
Q. eGPU 케이스는 어떤 제품을 써야 하나요?
A. 이번 테스트에 사용한 제품은 Razer Core X V2(레이저 코어 X V2)로 썬더볼트 5를 지원하는 최신 상용 eGPU 케이스입니다. 내부 공간이 좁기 때문에 파워는 필요한 케이블만 연결할 수 있는 모듈러 방식을 선택하는 게 작업 편의성에 좋습니다.
Q. 맥의 통합 메모리와 eGPU VRAM을 같이 쓸 수 있나요?
A. 현재는 불가능합니다. 맥의 통합 메모리와 eGPU의 VRAM은 현재 타이니GPU 드라이버에서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RTX 4090의 경우 24GB VRAM 한도 내에서만 AI 모델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향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론
10년 가까이 닫혀 있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는 분명히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제가 일주일을 고생하며 직접 확인했으니까요. 다만 지금 당장 일반 사용자가 뛰어들기엔 불안정한 부분이 많고, M5 맥스 이상을 쓰는 분들에겐 현시점에서 성능 이점이 크지 않습니다.
현실적인 활용 가능성이 보이는 구간은 M4 Pro 이하 사양에서 40스텝 이상 고품질 이미지 생성을 자주 하는 경우입니다. LLM은 맥 통합 메모리에서, 이미지 생성은 eGPU에서 동시에 돌리는 병렬 구조도 실제로 작동하고, 작업이 분리돼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는 점도 실용적인 장점입니다. 타이니GPU는 아직 출시 초기 소프트웨어인 만큼 최적화가 진행될수록 쓸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조금 더 기다렸다가 안정화 이후에 시도해도 늦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