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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카 라인 (지상화, AI 발견, 기우 의례)

by 언팩 2026. 7. 30.

2,000년 전 사람들이 비행기도 없이 하늘에서만 보이는 그림을 사막에 새겼습니다. 저도 처음 이 얘기를 들었을 때 "설마 외계인?"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실제로 파고들수록 훨씬 더 인간적인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2024년, AI가 6개월 만에 100년치 발견을 따라잡으면서 그 이야기의 퍼즐이 드디어 맞춰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막에 새겨진 지상화, 만드는 법은 단순했다

나스카 라인을 처음 접하면 대부분 제작 방식부터 궁금해합니다. 저도 "2,000년 전에 저걸 어떻게 그렸지?"가 첫 번째 의문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방법 자체는 생각보다 단순했는데, 그게 오히려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나스카 사막 지표면에는 수천 년에 걸쳐 산화철(iron oxide)이 코팅된 붉은 자갈이 깔려 있습니다. 여기서 산화철 코팅이란 건조한 사막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온 철 성분이 암석 표면에 얇은 막처럼 달라붙어 자갈을 짙은 적갈색으로 변색시킨 것을 말합니다. 이 붉은 자갈을 걷어내면 그 아래에는 밝은 황색 모래가 나오고, 나스카인들은 바로 이 색 대비를 이용해 그림을 그렸습니다.

페루 남부 나스카 사막은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 중 하나로, 강수량이 극히 낮아 이 지상화들이 약 450㎢에 걸쳐 2,000년 넘게 보존될 수 있었습니다. 나스카 라인이 세상에 알려진 건 1927년 페루 고고학자 토리비오 메히아 세스페의 현장 답사가 계기였고, 진짜 규모가 드러난 건 1930년대 상업 비행기 조종사들이 상공을 날면서부터였습니다.

그림의 크기도 압도적입니다. 콘도르가 135m, 원숭이가 110m, 펠리컨은 무려 285m에 달합니다. 이후 독일 수학자 마리아 라이헤가 40년 넘게 이 지역에 머물며 "천체 달력"이라는 가설을 주장했지만, 1967년 보스턴 대학의 천문학자 제럴드 호킨스가 기원전 5,000년부터 서기 2,000년까지 7,000년치 천체 시뮬레이션을 돌려 대조한 결과 유의미한 일치가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출처: Archaeology Magazine). 달력 가설은 이렇게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습니다.

  • 면적: 약 450㎢에 걸쳐 분포
  • 주요 문양: 콘도르(135m), 원숭이(110m), 펠리컨(285m)
  • 보존 원인: 극건조 기후 + 낮은 강수량
  • 천체 달력 가설: 제럴드 호킨스의 시뮬레이션으로 반박됨
요약: 나스카 지상화는 산화철 자갈을 걷어낸 색 대비로 만들어졌으며, 극건조 사막 덕에 2,000년 넘게 남아 있지만 천체 달력 가설은 이미 반박된 상태입니다.

 

사막에 열대 동물을 그린 이유, 기우 의례였다

저는 이 부분을 알게 됐을 때 솔직히 소름이 돋았습니다. 나스카 지상화에 등장하는 동물들이 하나같이 그 사막에는 살지 않는 종들이었거든요.

2019년 홋카이도 대학의 동물 고고학자 에다 마사키 연구팀이 나스카 라인에 그려진 새 16종의 형태적 특징을 분석한 결과, 벌새로 알려졌던 문양은 사실 안데스 동쪽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긴꼬리은둔 벌새였습니다. 일반 새로 분류됐던 문양은 해안가에 사는 펠리컨으로 재분류됐고,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유년기 금강앵무새로 추정되는 문양도 발견됐습니다. 원숭이 역시 열대우림 종입니다.

왜 굳이 먼 곳의 동물들을 그렸을까요. 나스카인들을 고립된 사막 부족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실제로는 안데스산맥을 넘어 아마존 분지까지 이어지는 광범위한 교역망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파라카스·나스카 무덤에서는 열대림의 금강앵무 깃털이 실제로 발견됐고, 이 깃털은 죽은 이를 장식할 만큼 귀하게 여겨졌습니다.

안데스 문화권에서 거미와 원숭이는 비의 상징이고, 벌새류는 풍요와 연결되는 상징 체계입니다. 이건 나스카만의 해석이 아니라 안데스 전반의 종교 전통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에다 마사키 연구팀도 2019년 논문에서 이 지상화들이 비를 간절히 바라는 사막 사람들의 기우 의례(雨乞い儀礼)였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여기서 기우 의례란 강수를 신에게 기원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수행하는 종교적 행위를 뜻합니다.

동물 문양 외에도 나스카 팜파에는 800개 이상의 직선과 300개 이상의 기하 도형이 있습니다. 앤서니 아베니 교수는 직선과 사다리꼴이 한 점으로 수렴하는 지점이 팜파 전역에서 62개 이상 확인됐으며, 그 위치가 하천의 상류이자 수원지와 겹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제가 이 부분을 읽었을 때는 "그럼 물 찾는 지도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아베니 교수의 해석은 달랐습니다. 사다리꼴의 넓은 쪽은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이었고, 좁은 쪽은 의례 행진의 방향을 가리켰다는 것입니다. 수원지를 향해 걸으며 비에 감사하고 또 비를 기원하는 행진이었던 셈입니다.

요약: 나스카 지상화의 동물들은 열대우림·해안가 종으로, 물과 풍요를 상징하는 기우 의례의 맥락에서 그려진 것으로 해석됩니다.

 

AI가 6개월 만에 100년치를 따라잡은 방법

2024년 일본 고고학자 마사토 사카이 박사 연구팀이 AI 분석으로 나스카 라인의 정체에 결정적인 단서를 잡았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AI가 고고학에 쓰인다고?"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방법론을 보니 꽤 정교했습니다.

연구진은 2018년부터 프로젝트를 시작해 기존 나스카 문양 430개를 AI에 학습시켰습니다. 다만 430개라는 숫자는 머신러닝 학습 데이터로는 부족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침식 자국·자연 무늬·물길 흔적 같은 비문양(non-figure) 데이터도 함께 학습시켜 문양과 비문양을 구분하도록 모델을 정교화했습니다. 이후 629㎢에 달하는 나스카 팜파 전체를 해상도 10cm로 디지털화해 격자로 나눠 스캔한 뒤, 각 칸에 문양이 있을 확률을 계산했습니다(출처: PNAS, 마사토 사카이 외, 2024).

AI가 선정한 후보지 1,309개 중 고고학자들이 드론과 도보 조사로 현장을 확인한 결과, 단 6개월 만에 303개의 새로운 형상 문양이 발견됐습니다. 지난 100년간 찾아낸 430개에 맞먹는 숫자를 6개월에 해낸 셈으로, 속도로 따지면 약 16배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규모의 수치 차이는 "조금 빠르다"가 아니라 아예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더 흥미로운 건 새로 발견된 문양의 성격이 기존 것과 전혀 달랐다는 점입니다. 기존에 알려진 라인 타입(line-type)은 수십 미터에서 수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문양으로, 하늘에서만 전체 형상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반면 AI가 새로 찾아낸 릴리프 타입(relief-type)은 크기가 3~10m 수준으로 훨씬 작고 희미합니다. 여기서 릴리프 타입이란 지표를 얕게 깎아낸 형태로 제작된 소형 문양을 의미합니다.

릴리프 타입의 81.6%는 인간 또는 인간과 관련된 형상이었습니다. 추상적인 인간형, 라마와 알파카 같은 가축, 그리고 참수된 머리까지 등장합니다. 분포 위치도 순례길이 아닌 나스카 평원의 오솔길 근처에 집중돼 있었고, 길에서 평균 43m 거리였습니다. 언덕면에 새겨진 것들도 많아 걸어가면서 볼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연구진은 라인 타입이 하늘의 신을 향한 것이었다면, 릴리프 타입은 길을 걷는 사람을 향한 고대의 소통 수단이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한 가지 더, AI가 발견한 303개 문양은 대부분 기존 라인 타입보다 시기적으로 더 오래됐습니다. 덕분에 나스카 문명 이전의 파라카스(Paracas) 문명에서 나스카 문명으로 전환되는 시기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생겼습니다. 아직 현장 확인이 남은 후보지만 968곳이니 앞으로의 발견은 이제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요약: AI는 6개월 만에 100년치 발견량에 해당하는 303개 문양을 찾았으며, 새로 발견된 릴리프 타입은 여행자용 고대 소통 수단이었던 것으로 해석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나스카 라인은 정말 외계인이 만든 건가요?

A. 외계인 기원설은 대중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데, 저도 처음엔 그 가설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제작 방법(산화철 자갈 걷어내기), 도구 흔적, 나스카 문명의 교역망 증거가 축적되면서 현재 학계에서는 나스카인들이 만들었다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외계인 가설을 지지하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 발굴 데이터와는 맞지 않습니다.

 

Q. 나스카 라인은 어떻게 2,000년 넘게 보존됐나요?

A. 나스카 사막은 지구에서 손꼽히는 극건조 지대로, 강수량이 거의 없어 빗물에 의한 침식이 사실상 일어나지 않습니다. 바람도 지표면을 깎기보다 자갈을 밀어내는 방식으로 작용해 오히려 선을 보존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건조한 기후가 최대의 보존제 역할을 한 셈입니다.

 

Q. AI가 발견한 릴리프 타입 문양과 기존 라인 타입은 뭐가 다른가요?

A. 라인 타입은 수십~수백 미터 크기로 하늘에서만 볼 수 있는 거대 문양이고, 릴리프 타입은 3~10m 수준의 소형 문양으로 길을 걸으며 볼 수 있습니다. 내용도 다른데, 라인 타입이 동물·기하 도형 중심이라면 릴리프 타입의 80% 이상이 인간·가축·참수 머리 등 인간 관련 형상입니다. 연구진은 라인 타입은 신을 향한 메시지, 릴리프 타입은 사람을 향한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Q. 카와치 신전이 나스카 라인과 연관된 이유는 뭔가요?

A. 2024년 마사토 사카이 박사 연구팀의 AI 분석 결과, 나스카 라인들의 네트워크가 카와치 신전 근처 강에서 합류한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카와치가 위치한 곳은 나스카 강이 지하로 흐르는 구간으로, 가뭄에도 지하수가 마르지 않는 곳입니다. 나스카인들이 이곳을 성스러운 장소로 여겨 순례지로 삼았고, 라인들은 그 순례 경로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론

나스카 라인을 "미스터리"로만 소비하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이 이야기가 지극히 인간적이라는 점에서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2,000년 전 사막에서 살아남으려 했던 사람들이 비를 간절히 바라며 땅 위에 새겼던 기우 의례의 흔적이, 지금은 AI 덕분에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겁니다.

아직 현장 확인이 남은 후보지가 968곳이고, AI가 발견한 문양 대부분이 나스카 이전 파라카스 문명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니 앞으로 나올 연구 결과가 개인적으로 기대됩니다. 나스카 라인에 관심이 생겼다면 2024년 PNAS에 실린 마사토 사카이 박사팀의 논문을 직접 찾아보시는 걸 권합니다. 요약본만으로도 AI 고고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충분히 감이 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Q-U_4zV407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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